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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례(글, 책 등등 리뷰)/책 리뷰 ㅣ 다른 책들

공정하다는 착각 리뷰

by Letssa 렛사 2022. 2. 22.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6894345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10여 년 만에 던지는 충격적 화두!“지금 서 있는 그 자리, 정말 당신의 능력 때문인가?”마이클 샌델 10여 년 만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 출간!샌델, 기울어진 사회구조 이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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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다른 책이다.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은 보통 부유한 사람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할 때 가난한 사람이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말할 때 인용하고 하는 책이다. 사람들은 그저 "잘 사는 놈들아, 너네들이 노력해서 그만큼 얻은 줄 아냐? 겸손해라." 이런 소리를 위해 이 책을 들먹이는 것 같다.

 

다만, 이 책은 그렇게 간단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능력주의'라는 것이 기본값이 된 세상에 사실은 능력주의라는 시스템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 시스템에는 분명 허점이 있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능력주의란 무엇인가. 능력주의란 능력에 따라 그만한 보상을 받고 누릴 수 있다는 사상이다.

 

이것이 공정하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게 이 사회의 현재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먼저,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이다. 우리는 노력으로 자산의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마음 깊숙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수시보다 그나마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수능 점수조차 부모의 수입이 많을수록 높다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능력주의인 이 사회에서 능력을 물려주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학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좋은 대학이라는 형태로 말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입시의 허점을 이용하기 쉬운 것은 부유한 자들이다.

 

이뿐인가. 재능에 대한 영역도 있다. 재능이라는 것은 유전적이든, 환경적이든 타고나게 된다. 타고난다는 말은 결국 우연히 운으로 인해 결정되는 요소이다. 재능과 노력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재능이 있다면 노력을 적게 하더라도 비교적 많은 성과를 얻게 되는 것이 분명 있다. 또한, 재능에 대한 영역도 중요한데, 만약에 가지고 있는 재능이 현대 사회에서는 필요 없는 재능이라면 그 사람은 재능이 있더라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된다.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능력으로 성과를 이루지 못한 사람을 마음껏 깔보며, 자신의 지위를 아무 죄책감 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해낸 것은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해낸 것이며, 당연히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한 사람은 그럴 만해서 성공했다는 사고방식이다.

 

능력주의는 현대 사회에서는 분명 필요하기는 하지만 마이크 샌델은 이 부분을 가장 크게 지적했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든, 현실에 일어나는 사회 현상이든 항상 나타나고 있는데 오히려 눈을 가리며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승자가 된 사람은 그렇게 당연히 가질 것을 가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능력주의는 승자에게 오만을, 패자에게 굴욕을 퍼뜨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자수성가할 수 있다.'라는 말 안에는 견디기 힘든 부담이 들어있다. 개인의 책임에 큰 무게를 싣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저 겸손해지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능력주의가 아닌 다른 시스템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마이크 샌델 또한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는 소극적으로 운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능력주의는 당연한 이치가 아닌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아채자고 주장한다. 그렇게 된다면 보다 관대하고 인자한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예시로 과거 신분제 사회를 가져오며, 귀족은 운이 좋아 그렇게 태어났으니 낮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는 말을 가져오지만, 사실은 예시가 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동정심을 가지고 행동했다는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볼 가치가 없는 책이라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능력주의를 대체하는 시스템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니 일단 인식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뭐든지 문제 해결의 첫 번째 단추는 '인식'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실질적인 세상에 대한 통계는 세상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기 충분했다. 특히, 어메리칸 드림이라는 단어까지 있는 미국이 자력으로 인해 가난에서 벗어나는 비율보다 사회주의가 대부분인 유럽이 오히려 실제로는 사회적 이동성이 높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저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이유를 능력주의라고 풀이한다. 비대졸자 백인의 삼분의 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힐러리 클린턴은 고학력자 표의 70퍼센트를 쓸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다른 요소들보다 학력의 차이가 도널드 트럼프에 투표하는 것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에 대해 능력주의의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실패자라고 매도하는 능력주의의 사회에서 겪은 차별에 대한 것을 다른 곳에서 찾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거기다 정치에서도 드러나는 학력에 대한 선호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전문가로 가득한 테크노라시냐, 국민이 권력과 권리를 행사하는 데모크라시냐는 말도 들어있다. 그러니까 본질적으로 전문가가 가득한 정치인을 이상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것이 아닌 국민에 의한 정치여야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이상적인 말이 아니라, 통계적으로도 드러나는 일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내가 사는 나라가 아니라서 그런지 오히려 멍청한 미국이라고 매도했다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 또한 능력주의에 푹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것은 국민의 반 이상일 텐데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들을 매도하고 분열하고 있다고 누군가 발언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저학력자, 능력이 없는 사람, 실패자라고 해서 당연하다는 듯이 제외하는 것이 아닌, 그들 또한 다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인데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사람이 아닌 것 마냥 신경을 꺼버렸던 것이다. 공정하다는 착각을 볼 때도 그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사람들은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에는 반대하지만, 저학력자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는 '그러면 어때?'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적혀있는 책에 나 또한 마음 한 켠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청년들이 좀 더 능력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확실한 채점방식과 결과를 바라고, 그것이 공정하게 잘 이루어지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객관식 시험이라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다. 도날드 트럼프를 뽑았다는 이유로 바보 같고 웃긴 일이라 생각한 나 같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능력주의를 반하는 큰 움직임이 없었던 것을 보면, 오히려 우리가 멍청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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