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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례(글, 책 등등 리뷰)/만화ㅣ애니ㅣ영화ㅣ게임 리뷰

추억은 방울방울 리뷰

by Letssa 렛사 2021. 12. 15.

추억은 방울방울이라는 제목이 계속 떠올라서 한 번보기로 했다.

 

제목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언젠가 엄마가 비디오 가게에서 애니메이션을 재밌겠다고 빌려오고서는 가족들과 다 같이 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하나도 모른다. 가족을 모아 거실에서 다 같이 애니를 보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보다보니 재미없다며 하나 둘씩 떠나갔다. 나 혼자 남아 재밌다며 보고 있었지만 재미없으면 보지 않아도 된다며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보자고 애니메이션을 도중에 꺼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뒷 내용이 궁금해 더 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강렬하게 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때까지 딱히 찾아서 보지는 않았었다.

 

그런 이유로 이런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용은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파인애플이 무슨 맛일지 궁금해하며 먹었지만 맛이 없다며 가족들이 다 남기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왜인지 그 때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었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지금보기에도 내가 잔잔한 이야기들을 잘 봐서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지루해할 것 같은 내용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에 일상적인 내용이 느린 템포로 그려져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승전결도 없는 그저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좋은 이야기다.

 

어린시절이 떠오르는 것을 표현하는 표현방식이 좋았다. 현재에 있을리 없는 과거의 아이들의 모습을 넣어 어린시절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그 모습을 잘 표현했다. 자연 또한 세심한 묘사로 아름답게 그려져있다. 그 외로도 다른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마치 이스터에그를 찾듯이 아는 장면들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유튜브에 감성적인 노래, 시티팝 등이라며 올라와있는 플레이리스트의 움짤로 사용되는 것들이 이 애니에 담겨져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여기서 나온 거였구나 같은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물론 얼굴 주름 표현이라던지, 과한 자연찬가같은 부분들은 부담스러운 부분들이 있긴 있다. 일본 배경이기 때문에 어린시절이니 만큼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묘한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타에코가 어린시절을 계속 회상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것도 공감이 갔지만 성교육을 받고 생리를 부끄러워한 일, 연극과 같은 학예회를 했던 일 등이 주인공과 함께 과거를 상기하며 내 초등학교 5학년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맘 때쯤 주인공은 고백 비스무리한 것을 받고 날아갈듯 좋아한 것에 비해 나는 내가 좋아했던 남자애가 이사를 가 내 나름대로의 쓰디쓴 이별을 겪었던 잊었던 기억이 생각나기도 했고, 운동회를 했던 기억들, 타에코가 산수를 못한다며 타에코는 정상적인 아이가 아니야 라고 말하는 엄마에 상처를 받는 장면을 보고 나도 그런 상처를 받았던 기억도 났다.

 

우리는 종종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살지 못하고는 한다. 분명 현재를 살고 있지만 과거에 묶은 이중적인 주인공의 모습에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것 또한 그랬다. 아베가 싫었던 타에코는 아베가 다시 전학갈 때 타에코에게만 악수하는 것을 거절받았던 일을 이야기 한다. 자신은 항상 좋은 사람이려 하였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고도 말한다. 토시오는 그런 타에코를 보고 다른 의미일 수도 있지 않냐며 말해준다. 타에코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고.

 

타에코는 토시오와의 결혼제의를 받아들이기 위해 기차에서 내려 토시오에게 다시 간다. 그 때 10살의 아이들이 나타나 타에코를 응원해준다. 과거의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고, 그렇기에 휴가를 시골로 가게된 타에코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분명 과거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것처럼 말이다.

 

토시오가 말했던 것처럼 사실은 다를지도 모른다. 현재만큼 과거도 중요하고, 그것에 가끔은 빠져있어도 좋을지도 모른다. 어린시절이니만큼 어린시절은 과장되거나 왜곡되도록 기억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기억과 추억으로 우리는 살아간다. 나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나만이라면 외롭지 않은가. 가끔은 든든한 과거의 나와 함께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1991년에 나온 애니이니만큼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다. 27살에 결혼이 늦었다고 한다거나, 엄격하다고 해도 너무 엄격해 보이는 타에코의 아버지, 토시오가 아무리 타에코에게 호감을 나타낸 것이 보인다고 해도 할머니가 먼저 결혼제의를 하고, 그것을 타에코가 받아들이는 점 등이다.

 

이 작품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자연에 대한 것도 그렇다. 시골로 가는 것, 귀농도 크게 보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유기농법에 대한 것도 그렇다. 다르게 생각하면 최대한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이 작품은 과거를 아름답게 묘사하며 어린시절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해 가끔이 아닌 완전히 과거로 회귀하자는 말처럼 들려 머리 속에 물음표를 띄우게 하는 점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이, 과거는 찬란하고 아름답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추억은 방울방울. 추억은 방울방울 떠올라 언젠가는 톡하고 터지고 만다. 추억은 가슴 한편에 고이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였고, 지금의 나도 그 시절의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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