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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례(글, 책 등등 리뷰)/만화ㅣ애니ㅣ영화ㅣ게임 리뷰

오라존미 리뷰

by Letssa 렛사 2021. 12. 14.

아이들은 즐겁다, 여중생a를 만든 허5파6의 웹툰. 오라존미는 all eyes on me라는 영어 발음이라는 추측이 있는데 아마 그것이 맞는 것 같다.
웹툰은 안 보다가 요즘들어 다시 보려고 하니 허5파6님이 2작품이나 더 냈다고!? 하면서 봤다.
천천히 보려고 했는데 보다보니 푹 그냥 쿠키 구워서 봤다.

웹툰작가 지망생인 영재와 수빈 두 사람이 공모전에 당선된 영재대신 수빈이 시상식에 오르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다른 작품들을 봤을 때 들었던 감정은 과거에 대한 공감이었는데 오라존미는 20대를 다루고 있는 만큼 현재에 대한 공감이 많았다. 특히나 웹툰 지망생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더 와닿았다.

댓글들을 보면 악역과 선역을 나누려는 시도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는 선역과 악역이 선명하게 나누어있지 않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완벽히 잘못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누군가 잘못한 것 같아도 사실은 그것의 원인 제공자는 따로 있다.
에를 들어 수빈이 시상식에서 자신의 작품인 것마냥 시상을 받았다고 해도 영재는 그것을 되돌릴 기회는 많았다. 껍데기뿐인 명예를 즐기는 수빈을 악역이라 생각하며 쉽게 욕하지만 사실 그렇게 쉽게 판가름할 일은 아니다. 어떻게보면 영재가 제일 근본적인 원인제공자이다.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누군가를 망치는 환경을 만들어놓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종종 놓치고는 한다. 의도가 좋았어도 그 결과가 엉망진창인 걸 어떻게 하는가? 그 의도가 진정 좋았는가?
누군가를 배려해 남의 일까지 내가 도맡아준다면 그것이 정말 의도가 좋았다고 할 수 있을까? 욕심과 두려움 때문에 친구가 나에게 함부로 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친구의 성격을 망치고 있는 게 아닐까?

작품 초반에 영재와 수빈이 약속을 잡고 만나러가러할 때 영재는 '보통 25살 여자애들은 어떤 대화를 할까.' 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거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25살이라는 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아갈지 고민하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이미 취업을 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누군가는 취준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지만, 어떻게보면 그저 중간에 끼인듯한 애매한 나이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은 흔히 말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하는 것보다 더 많이 가지고 싶고, 누군가 앞에 나를 드러내기 싫고, 누군가는 상실을 아무 사람을 애인으로 만들며 채우고 있으며, 아픈 기억을 왜곡해 오히려 누군가를 지배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사건들은 평범하지는 않다. 공모전에 당선되고, 연예인이 되고 그런 것들이 평범하게 일어나기는 어려운 일들이다. 하지만 그 내면은 너무나도 평범하다. 모두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 쉽지만 사실 다들 각자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내 주변에도 등장인물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내 주변은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사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문제가 있고, 상실이 있고,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너무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이상적이지 않더라도 평범하지 않은 건 아니지 않는가.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을까? 라고 생각하며 완벽한 25살을 꿈꾸지만 사실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어떻게든 굴러가는게 보통이라는 것이다.
보통 25살은 욕심도 내고 두려워하며 어떻게 보면 바보같이 사는 것이 평범하다. 그러니 자기가 모자른 점이 있다고 생각해도 자학할 필요는 없다. 뭐 나한테는 그렇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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